2022년 바르톨로메오스 세계총대주교 성탄절 메시지

2022년 바르톨로메오스 세계총대주교 성탄절 메시지

새 로마-콘스탄티노플의 대주교이자 세계총대주교 바르톨로메오스는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신 구세주 그리스도의 은총과 자비와 평화가 온 교회에 임하길 기원합니다.

존경하는 형제 주교님들과 주님 안에서 축복받은 자녀 여러분,

오늘 우리의 거룩한 교회는 “모든 세대와 모든 사람에게 감추어져 있던”(골로사이 1,26) “기이하고 기묘한 신비”인, 태초 이전의 아들이자 하느님의 말씀의 성육신을 경축합니다. 알렉산드리아의 끼릴로스 성인이 신학적으로 설명하듯이, 하느님과 인류에 대한 진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결정적으로 드러납니다. “우리는 본성상 사람이지만, 하느님께서는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신성에 거슬러 당신을 낮추시고 인간이 되셨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피조물로서 본성상 그분의 종이지만,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되셨을 때 다시 한 번 신성에 반하여 종이 되셨습니다. 그러나 그 반대도 성립합니다. 그분은 본질적으로 하느님이시며, 우리는 은총에 의해, 인간 본성을 초월하는 곳으로 올라가서 하느님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인간이고 그분은 본질적으로 하느님의 아들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도 그분 안에서 친교를 나누도록 부르심을 받음에 따라 아들과 같은 지위에 놓이게 됩니다.”[1]

“너희는 진리를 알게 될 것이며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요한 8,32)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요한 14,6)이시며 “적의 종살이에서” 인간을 해방시키신 분입니다. 진리 없이는 또는 진리 밖에는 생명과 자유가 없습니다. 누군가 삶에서 욕망하는 것을 삶의 의미로 설정하는 것은 진정한 자유가 아니라, 현대판 원죄의 한 모습일 뿐입니다.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믿고, 자화 자찬하며, 자기 마음에 드는 것만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고립되는 인간의 모습은, 자신과 하느님과의 관계, 또 자신과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없는 것입니다. 성탄절은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신 것”과 “사람이 은총에 의해 하느님이 되는 것”의 차이를 이해하기 위한 자기 인식의 시간입니다. 성탄절은 또한, “우리는 어떤 인간이 하느님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친히 인간이 되신 것에 대해 말한다.”[2] 라는 그리스도교의 구원의 가르침을 깨닫는 때입니다.

오늘 성탄절에 대한 기쁜 소식의 메시지는, 도발적이고 부당한 침략의 끔찍한 결과를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전쟁 소음과 무기 소리와 함께 울려 퍼집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 모든 전쟁이란, 같은 형제를 죽이는 동족상잔이며 같은 시민을 죽이는 내전입니다. 정교회의 거룩하고 위대한 공의회가 선언한 바와 같이 전쟁은 “세상에 존재하는 악과 죄의 결과” [3]입니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그레고리오스 팔라마스 성인이 당대에 데살로니키의 정교인들 간에 벌어졌던 유혈 갈등에 대해 언급한 말과 더욱 더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는 교회와 경건함을 우리의 어머니로 여깁니다. 그 어머니는 우리 모두에게 은총을 선사합니다. 교회의 으뜸이시며, 교회를 온전하게 하고 채워주시는 분은, 하느님의 참된 아들이신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하느님이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형제이며 아버지이길 원하십니다.”[4]

그리스도의 위격 안에서 모든 것이 “집중되고 요약”되었고, 인류의 일치와 인간의 거룩함이 드러났고, “하느님을 닮음”에 이르는 길이 열렸고, “사람으로서는 감히 생각할 수도 없는 하느님의 평화”(필립비 4,7)가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에페소 2,14)이시며, 콘스탄티노플에 있는 역사적이고 상징적인 “성 이리니(거룩한 평화)” 성당은 바로 그분께 헌정된 것입니다.

우리 구세주께서는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들”을 “하느님의 아들이 될 것”(마태오 5,9)이라며 축복하십니다. 정의와 사랑의 덕은 원수에게도 실천해야 한다고 가르치십니다. 정교회는 성찬예배 때 “위로부터 오는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온 세상의 평화”를 위해 기도합니다. 성 대 바실리오스 성찬예배 중에는 “당신께서 모든 것들을 우리에게 주셨으니 … 당신의 평화와 사랑을 우리에게 내려 주소서.”라고 모든 좋은 것을 주시는 분께 기도를 드리며 영광 돌립니다. 하느님으로부터 모든 것을 받은 우리는 최고의 수혜자로서, “많이 받은 사람은 많은 것을 돌려주어야 한다.”(루가 12,48)라는 성경 말씀에 따라, 평화를 위해서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노력해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그리스도인이 이 원칙에 반하는 것을 행하게 되면, 그것은 그리스도교 가르침에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계명을 어기는 행위를 하는 자들에게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인류 역사상 민족들 간의 평화가 자명한 상황은 결코 없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항상, 고무적이고 영감을 주는 계획들, 용기와 자기 희생, 폭력에 대한 저항, 분쟁 해결 수단으로서의 전쟁에 대한 거부, 인간 존엄성 보호와 정의를 위한 끊임없는 투쟁의 결과였습니다. 평화와 화해에 대한 좋은 계획들의 기여는 종교의 신뢰성에 대한 주요 기준을 구성합니다. 의심할 여지없이 종교 전통 안에는 인간 내면의 평화에 대한 동기(모티베이션)뿐 아니라 사회 평화의 증진과 확립에 대한 동기, 그리고 개인 간, 민족 간 관계에서 공격성을 극복하려는 동기가 있습니다. 이것은, 디지털 통신과 인터넷을 통한 경제 발전, 생활 수준 향상, 과학 기술 진보의 결과로 평화가 보장될 것이라는 견해가 제시되는 우리 시대에 특히 더 중요합니다. 우리는 종교 간의 평화와 대화와 협력 없이는, 사람 간, 문명 간의 평화가 있을 수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느님에 대한 믿음은 평화롭고 정의로운 세상을 위한 투쟁을 강화합니다. 이러한 노력이 인간적으로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에 직면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찌되었건 종교 대표자들이 광신주의를 전파하고 증오의 불길을 부채질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입니다.

존경하는 형제들과 사랑하는 자녀 여러분,

“그리스도 탄생을 찬양할지어다. 하늘에서 오시는 그분을 맞이할지어다. 땅에서는 그리스도를 높일지어다!” 저보다 앞선 시대에 지금의 저와 같은 자리에서 봉직하셨던, 콘스탄티노플의 거룩한 총대주교 신학자 그레고리오스 성인의 권고에 따라, 세상을 구원하시는 구세주의 탄생을 “세속적인 방법이 아닌, 천상의 방법으로” 영적 기쁨을 가지고 경축합시다. 특히 “우리와 똑같은 방법으로 하느님에 의해 창조된 다른 사람들이 배고프고 가난할 때,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줄여가면서” [5]이 성탄을 보냅시다. 여러분 모두, 시간의 온전한 충만함이며 영원의 빛의 광채인, 성탄절부터 신현축일까지의 축일을 거룩하고 영화롭게 보내시기를 기도합니다. 또한 다가오는 2023년이 – 우리를 위해, 우리의 구원을 위해 육화하신 하느님의 말씀의 선하심과 은총으로 – 평화와 사랑과 연대의 기간이 되며, 참으로 우리 주님의 축복 안에서 보내는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오래토록 풍성한 축복을 누리시길 빕니다!

2022년 성탄절에

하느님 앞에서 모든 사람을 위해 열렬히 간청하는

+ 바르톨로메오스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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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알렉산드리아의 끼릴로스, 성 삼위일체에 관해 중요한 말씀들, PG 75:561.

[2] 다마스커스의 요한, 정교회 신앙에 대한 구체적 해설, PG 94.988.

[3] 현대 세계에서 정교회의 사명, IV, 1.

[4] 그레고리오스 팔라마스, 서로 간의 평화에 대해, PG 151:10.

[5] 그레고리오스 신학자, 그리스도의 신현과 그리스도의 탄생에 대하여, PG 36: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