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한일NCC 양국협의회

6월 11일(수)부터 13일(금)까지 제11회 한일양국NCC 협의회(주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일본 그리스도교협의회)가 “평화와 화해의 사도로서 교회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한국기독교회관과 경동교회 등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우리 대교구에서는 NCCK 회장이신 조성암 암브로시오스 대주교가 개회식 때 환영사를 전했고, NCCK 국제협력선교위원인 조경진 예레미야 신부가 여러 토론과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11회 한일NCC 양국 협의회 환영사

(2025년 6월 11-13일, 서울)

조성암 암브로시오스 NCCK 회장 (한국정교회)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특별히 한국과 일본의 그리스도인들 간의 교류는 그 자체로 상징적일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세상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요한 13:35)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그리스도인의 사랑과 일치가 우리 그리스도인의 고유한 특징이자 정체성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이 갖추고 있는 서로에 대한 형제적 관계는 인류와 민족 간의 일치를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선포입니다.

우리는 초기 그리스도교인들의 모범이 이교도 동포들에게 미친 엄청난 영향력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그리스도인들이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십시오. 그들은 서로를 알기도 전에 서로를 사랑합니다!”라고 말하게 만들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익히 잘 알고 있는 사실을 제가 지금 다시 말씀드리는 이유는 역사적 이유와 여러 상황으로 인해 종종 갈등과 적대감을 갖게 된 이웃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그리스도인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한국과 일본에 있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의 사랑과 평화를 서로 가꾸어 나간다면, 우리는 이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열렬한 사랑으로 우리는 “적은 누룩이 온 반죽을 부풀게”(갈라디아 5:9) 할 것이고,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양국 관계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어떤 어려움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혹시 우리가 소수이고 약하기 때문에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믿는다면, 우리는 갈릴래아의 글 모르고 힘없는 어부들이, 그리고 이후 세대의 그리스도인들이 무엇을 어떻게 성취했는지, 사도행전과 고대 교회의 여러 문헌을 다시금 읽어보고 되돌아봐야 합니다. 그들은 전능하신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당시의 강자들과 권력자들을 물리쳤습니다. “여러 나라를 정복하였고, 정의를 실천하였고 약속해 주신 것을 받았고, 사자의 입을 막았으며, 맹렬한 불을 껐고, 칼날을 피하였고, 약했지만 강해졌고, 전쟁에서 용맹을 떨쳤고, 외국 군대를 물리쳤습니다.”(히브리 11:33-34)

그들은 세상적인 혁명이 아니라 “마음의 혁명”을 통해 그들이 살던 사회를 복음화했으며 고대 세계를 변화시켰습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먼저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혁명을 시작했습니다. 즉, 먼저 자신을 내면적으로 변화시킨 후에 사랑, 화해, 일치, 평화, 정의를 삶으로 실천하고 증거함으로써 사회를 바꾸고 변화시켰던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그리스도인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었습니다.

우리 양국은 난민 문제, 고령화, 양성 평등, 젊은이들이 그리스도교 신앙으로부터 멀어짐, 기후 정의 등과 같은 공통된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 중대하고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해야 오늘날과 같은 인공지능 시대에 한국과 일본 교회가 함께 양국을 넘어 드넓은 동북아시아에 평화와 정의와 진리를 세워 나갈 수 있을까요?

우리의 본보기는 초대 그리스도인들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날의 우리도 열정을 다해 “마음의 혁명”을 이루려 투쟁해 나간다면, 즉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살아간다면, 양국 간의 화합과 사랑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시시각각 변하는 불안정한 경제적·지정학적 이해관계에 기반하는 것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믿음의 반석”과 사랑이라는 “새 계명”(요한 13:34)을 기초로 하는 것입니다.

끝으로, “평화와 화해의 사도로서의 교회의 역할”이라는 매우 중요한 주제에 대한 연구를 목표로 삼은 이번 협회의의 성공을 기원하시는 바르톨로메오스 정교회 세계 총대주교님의 축복과 인사를 전하며, 사도 바울로의 말씀으로 저의 말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하느님의 사랑과 성령께서 이루어주시는 친교를 여러분 모두가 누리시기를 빕니다.”(고린토 후 1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