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로마-콘스탄티노플의 대주교이자 세계총대주교 바르톨로메오스가 온 교회에 보내는 부활절 메시지
영광 속에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은총과 평화와 자비를 바라며,
부활하신 주 안에서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당하겠지만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16:33)
이 말씀은 모든 세대의 사람들에게 주님만이 홀로 죽음으로 죽음을 멸하셨다는 것을 확언하고 있습니다. 세상 한 가운데서 십자가와 슬픔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이 신성한 정원, 부활의 정원, 죽음과 세상의 모든 부패를 녹여버리며 “생명이 해방되었습니다”라고 끊임없이 외치는 콘스탄티노플의 세계총대주교청에서, 가까이 혹은 멀리 있는 모든 이들에게, 우리도 소리 높여 외칩니다.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사람이 되시어 지상에서 사시는 동안, 주님께서는 여러 번 제자들에게, 자신이 겪어야 할 골고타 언덕의 끔찍한 십자가 희생에 대해, 또한 장차 세상에 나아가 일하게 될 제자들과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겪게 될 슬픔에 대해 예고하셨습니다. 특별히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 “너희는 울며 슬퍼하겠지만 세상은 기뻐할 것이다. 너희는 근심에 잠길지라도 그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 이와 같이 지금은 너희도 근심도 싸여 있지만 내가 다시 너희와 만나게 될 때에는 너희의 마음은 기쁨에 넘칠 것이면 그 기쁨은 아마도 빼앗아 가지 못할 것이다.”(요한16:20~22)
이른 새벽에 가장 먼저 주님의 무덤을 찾아간 향유 가진 여인들은 세상을 위한 이 부활의 기쁨을 경험했고, 생명을 주시는 주님으로부터 “평안하냐?”(마태오28:9)라는 말씀을 듣습니다. 콘스탄티노플의 어머니 교회도 이와 똑같은 기쁨을 경험하면서 오늘 큰 목소리로 선포합니다. “이 날은 주께서 내신 날, 다 함께 기뻐하며 즐거워하자.”(시편118:24) 철천지원수도, 죽음도, 슬픔도, 난관도, 부패도, 고통도, 시련도 참 하느님 참 인간이신 승리자 주 예수님께 패하여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테러, 국지적 전쟁, 환경 파괴, 종교적 극단주의, 기근과 난민 문제, 불치의 질병들, 극심한 가난, 정신적 불안과 억압, 안전 불감증 등 결코 바라지 않는 나쁜 소식들을 매일 전해 들으며 살고 있습니다.
매일 이 “십자가들”을 짊어지고 “신음”을 토하는 우리들에게, 우리의 거룩한 정교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행복할 수 있음을 알려주러 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주님이신 그리스도께서는 기쁨을 가져오시는 분, 그 모든 것의 승리자, 만물을 기쁘게 하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기쁨은 그리스도의 승리의 확실성 위에 기초합니다. 우리는 선이 승리할 것임을 확신합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께서는 이 세상에 승리를 거두기 위해 오셨기 때문입니다(요한묵시록6:2 참조). 우리가 영원한 생명을 누릴 세상,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분은 빛이요 진리이며, 생명이고 기쁨이며 평화이십니다.
거룩한 그리스도의 교회는 매일의 십자가와 슬픔에도 불구하고 기쁨으로 생동합니다. 이 지상에서 이미 하느님 나라의 생명을 누립니다. 정교회의 중심, 순교의 상흔을 지닌 이 콘스탄티노플에서, 우리는 “찬란하게 빛나는 밤”을 선언합니다. 다시 말해 매일의 십자가와 슬픔 그리고 인간의 모든 고통과 시련은 결국 한계와 끝이 있다는 것을 강력하게 선포합니다. 주님께서는 “나는 너희를 고아들처럼 버려두지 않겠다.”(요한14:18) “내가 세상 끝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오28:20)라고 말씀해주심으로써 이것을 분명하게 확인해주셨습니다. 주님의 이 말씀을 우리 모두 명심합시다. 우리 현대인들은 자기 자신을 버리고 주님을 동반자로 삼아야 합니다. 내 옆에 계신 주님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주님의 말씀을 따라 살 때만, 그분을 볼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명심합시다.
세계총대주교청에서 우리는, 생명이 죽음을 이겼고, 부활의 밝은 촛불이 어둠의 혼란을 이겼으며, 부활의 빛이 모든 슬픔과 고통을 물리쳤다는 메시지를,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전하며, “함께 이 기쁨을 누리자”고 외칩니다. 모든 사람이 믿음과 희망을 가지고 생명의 신비 앞에, 부활하신 그리스도 앞에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또한 만물을 붙잡고 계시는 그리스도, 기쁨과 환희의 부활하신 주님을 신뢰하기를 바랍니다.
형제, 자매, 자녀 여러분.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죽음을 지배하시고 생명을 주관하시는 그리스도의 기쁨과 무한한 자비가 여러분과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2017년 거룩한 부활대축일에
† 콘스탄티노플의 바르톨로메오스 세계총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