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안에서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시작이 좋지 않으면 결말도 좋지 않다”고 고대 비극 시인 에우리피데스가 말한 바 있습니다. 우리 주님의 은총과 자비로 이제 막 시작된 2025년 새해가 좋은 결말을 맺기 원한다면, 시작을 잘 맺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새해를 맞아 중요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끈기와 강한 영적 노력으로 가꾸어 나가야 합니다.
새해를 맞아 세울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목표는 바로 그리스도를 더 많이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자비로우신 아버지, 동정심 많은 형제, 참된 빛, 영원한 기쁨, 그리고 ”모든 것의 근원”이시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를 사랑하고 진실한 사랑으로 그리스도와 하나가 될 때, 우리는 악마와 악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슬픔과 절망과 어둠과 죽음이 우리를 건드릴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 안에 기쁨의 근원, 희망의 근원, 빛의 근원, 생명의 근원이 함께하시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수많은 증거가 성경에 나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스스로를 “나는 세상의 빛이다”(요한 8,12)라고,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요한 11,25)라고 소개하셨습니다. 또한, 그리스도께서는 “너희의 기쁨을 아무도 빼앗을 수 없”(요한 16,22)을 것이라고 약속하셨습니다. 바울로 사도는 주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의 희망”(1디모테오 1,1)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사도들, 순교자들, 수도자들 등 우리 교회의 모든 성인들은 그리스도를 신성한 사랑으로 사랑했으며, 자신들 마음에 계신 그리스도께서 모든 것의 근원이 되시기에 모든 것을 소유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한 예로, 현대의 성인인 뽀르피리오스 성인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이렇게 조언합니다. “그리스도 없는 삶은 삶이 아닙니다. 다 끝난 것입니다. 당신의 모든 행동과 생각 속에서 그리스도를 보지 못한다면, 당신은 그리스도 없이 있는 것입니다.”
또한 성인은 다음과 같이 가르칩니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친구이시고, 우리의 형제이시며, 모든 선함과 아름다움이십니다. 그분은 모든 것입니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친구로서 이렇게 외치십니다. ‘나는 너희를 친구로 삼았다. 모르겠는가? 우리는 형제다. 나는 지옥을 손에 들고 위협하지 않는다. 나는 너희를 사랑한다. 너희가 나와 함께 삶을 기뻐하길 바란다.’”
그렇기에 뽀르피리오스 성인은 아버지의 마음으로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권면을 전합니다. “그리스도를 사랑하시고, 다른 그 어떤 것도 그리스도의 사랑보다 중시하지 마십시오. 그리스도는 모든 것이며, 생명의 근원이시고, 모든 갈망의 정점이십니다. 모든 아름다움이 그리스도 안에 있습니다. 그리스도는 모든 것입니다.”
그러므로 새해에는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삶의 중심이 되시도록 ‘그리스도 중심’의 목표를 세웁시다. 그분을 “우리의 온 마음과 온 영혼과 온 정신과 온 힘을 다하여” 사랑합시다(마르코 12,30 참조).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하느님의 모든 축복을 삶 속에서 누리게 될 것이며, “이웃을 내 몸 같이 사랑할” 수 있을 것입니다(마르코 12,31 참조).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각자 “세상의 빛”(마태오 5,14)과 “세상의 소금”(마태오 5,13)이 될 것입니다.
주님 안에서 함께하는 성직자들과 협력자들과 함께, 여러분 모두에게 2025년 새해가 주님의 축복으로 가득 차기를 기원합니다. 또한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족들이 건강과 장수를 누리시기를 기원합니다.
✝암브로시오스 조성암 한국의 대주교이자 일본의 엑사르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