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바르톨로메오스 세계 총대주교 거룩한 대 사순절 메시지

 

새 로마-콘스탄티노플의 대주교이며,

세계 총대주교인 하느님의 종 바르톨로메오스는

우리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평화와

우리의 기도와 축복과 용서가 온 교회에 함께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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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님 안에서 지극히 존경하는 형제 주교들과 축복받은 자녀 여러분,

 

          우리는 선한 것을 주시는 하느님의 은총과 자비로, 다시 한 번 거룩한 대 사순절에 들어갑니다. 이는 금식과 회개의 복된 기간이고, 영적으로 깨어 있는 기간이며, 주님의 자발적인 고난을 향한 여정에 동참하는 기간입니다. 우리가 이 기간을 잘 보내서 주님의 영광스럽고 빛나는 부활에 경배 드릴 수 있기를, 또 이 부활을 통해 우리의 삶이 이 세상의 것에서 “눈으로 본 적이 없고 귀로 들은 적이 없으며 아무도 상상조차 하지 못한”(2고린토 2,9) 새로운 삶으로 옮겨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초대 교회 때, 거룩한 대 사순절은 예비 신자들이 세례를 받기 위해 준비하는 기간이었고, 세례는 부활절 성찬예배 중에 거행되었습니다. 세례와의 이러한 연관성은 대 사순절이 특히 회개의 기간으로 여겨지는 것으로도 보존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신자들에게 이 기간은 ‘세례를 다시 떠올림’, ‘두 번째 세례’, ‘새로운 삶을 위한 하느님과의 약속’으로 묘사됩니다. 즉, 우리가 세례 때 받은 은총과 은사를 되살리고, 새로운 삶의 여정을 시작하겠다고 하느님께 다짐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기간의 예배와 성가는 신자들의 영적 투쟁을 주님의 부활에 대한 기대와 연결시키며, 그렇기에 40일간의 금식은 우리에게 부활의 기쁨을 미리 가져다줍니다.

          거룩한 대 사순절은 우리의 믿음의 깊이와 풍성함을 ‘그리스도와의 개인적인 만남’으로 깨닫는 기회입니다. 그리스도교는 ‘지극히 개인적’이라는 점이 강조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기중심적’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신자들은 “진정하고 완전한 인간을 제일 처음, 그리고 유일하게 드러내 보이신, 한 분이신 그리스도를 만나고, 인식하며, 사랑”(성 니콜라스 카바실라스)합니다. 그리스도는 모든 사람을, 그리고 각 개인을 구원으로 부르십니다. 그래서 우리 각자의 반응은 언제나 ‘공동의 믿음에 뿌리’를 두면서 ‘동시에 고유한’ 것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성 사도 바울로의 다음과 같은 위대한 말을 기억합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내 안에서 사시는 것입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것은 나를 사랑하시고 또 나를 위해서 당신의 몸을 내어주신 하느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으로 사는 것입니다.”(갈라디아 2,20) 여기서 ‘내 안에서’, ‘나를’, ‘나를 위해서’라는 말은, 공동의 구원을 나타내는 말 ‘우리 안에서’, ‘우리를’, ‘우리를 위해서’와 서로 상반되는 것이 아닙니다. 바울로 사도는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태어난 것에 대해 하늘의 은혜에 깊은 감사를 느끼며, ‘공통된 것’을 개인적인 것으로 만듭니다. 태초부터 영원하신 하느님의 말씀이 사람으로 오셔서, 십자가에 달리시고, 죽은 자들 가운데서 부활하신 것을 ‘자신을 위해 개인적으로’ 이루어진 일이라 여기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의 믿음의 경험은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주신 자유로서, ‘고유하고’ ‘깊이 개인적’이며, 동시에 ‘본질적으로 교회적인’ 경험이자 ‘공동의 자유’에 대한 경험입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가장 진정한 이 자유는 사랑으로, 특정한 이웃에 대한 실천적인 도움으로 표현되며, 이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루가 10,30-37)와 최후의 심판에 관한 구절(마태오 25,31-46)에서 설명됩니다. 또한, 피조물에 대한 존중과 배려,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피조물을 대하고 사용하는 것으로도 나타납니다. 그리스도 안에서의 자유는 개인적이면서 전체적인 성격을 지니며, 이는 특히 거룩한 대 사순절의 금욕과 금식에 대한 이해에서 드러납니다. 그리스도교적인 자유는 존재의 진정성과 완전함으로서, 어두운 금욕적 삶이 아니며, 마치 ‘그리스도가 결코 오지 않은 것처럼’ 은총과 기쁨이 없는 삶을 살지 않습니다. 또한, 금식은 단지 ‘음식을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죄로부터 떠나는 것’, 즉 이기심과의 싸움이며, 사랑으로 나를 떠나 도움이 필요한 형제에게 나아가는 것이며, ‘모든 피조물을 위해 불타는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영성의 전체성은 이렇게, 부활절로 나아가는 여정이자 “하느님의 자녀들이 누리는 영광의 자유”(로마 8,21)를 미리 맛보는 대 사순절의 경험에 의해 뒷받침됩니다.

          우리 모두가 거룩한 대 사순절 기간을 금욕과 회개와 용서와 기도와 신성한 자유 속에서 잘 보낼 수 있도록 우리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 간구합니다. 1970년 용서 주일에 아테네 대주교좌 성당에서 거행된 성찬예배 때, 우리의 영적 아버지이신 고(故) 멜리톤 할키돈의 대주교님께서 하신 말씀으로 이 메시지를 마칩니다. “우리는 거룩한 대 사순절에 들어갑니다. 그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부활의 비전과 기적과 경험입니다. 이것이야말로 바로 정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경험입니다. 우리는 이 비전과 경험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나 그 길을 갈 때 우리는 용서받지 못한 채, 용서하지 않은 채, 단지 육식과 기름만을 끊는 금식으로, 위선으로 가서는 안 됩니다. 오직 신성한 자유 안에서, 진리와 영성 안에서, 진리의 영성 안에서, 영성의 진리 안에서 그 길을 가야 합니다.”

 

2025년 거룩한 대 사순절에

여러분 모두를 위해 하느님께 열렬히 간청하는

+ 바르톨로메오스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