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바르톨로메오스 세계총대주교의 교회연도 시작 메시지

 

새 로마-콘스탄티노플의 대주교이며, 세계 총대주교인 하느님의 종 바르톨로메오스는

만물의 창조주이신 우리 주 하느님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평화와 자비가 온 교회에 충만하게 임하길 빕니다.

 

주님 안에서 존경하는 형제 성직자들과 사랑하는 자녀 여러분,

세계 총대주교청의 거룩한 공의회가 매년 9월 1일을 교회연도의 시작일이자 자연 환경 보호를 위한 기도일로 제정한 지 35년이 지났습니다. 이 복된 새로운 제안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풍성한 열매를 맺었습니다. 오늘날 그리스도의 거룩하고 위대한 교회의 ​​다차원적 생태 활동은 “지구적 비상 사태”를 초래한 기후 변화 현상, 아니, 이 기후 위기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생태 운동의 기여, 환경에 대한 국제 협약들, 이 문제에 대한 과학자들의 관심, 환경 교육의 기여, 수많은 개인, 특히 젊은 세대 대표들의 생태적 민감성과 참여에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우리는 가치 평가에 있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즉, 전 세계적으로 사고 방식의 급격한 변화가 필요하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본질적인 개정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생태 위기를 야기한 문제의 뿌리를 그대로 두고서, 그저 겉으로 드러난 재앙적인 결과만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환경 문제가 만들어내는 위협은 현대 문명이 겪고 있는 광범위한 쇠퇴의 한 측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에 대한 대처는, 이 문명의 원리나 이 문명을 만들어낸 논리에 기초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교회와 종교가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위해 중요하고 필수적인 영적 전환, 가치적 전환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거듭 표명해 왔습니다. 진정한 종교적 신앙은 인간의 오만함과 거대주의를 없애 버립니다. 또 인간이 모든 기준, 경계, 가치를 폐지하고 자신을 “모든 것의 기준”이라고 선언하며 자신의 끝없는 욕망과 무분별한 목표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른 사람과 자연을 도구화하는 “인간-신”으로 변형되지 않도록 막아줍니다.

수세기에 걸친 경험은, “아르키메데스”가 지렛대를 이용해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렸던 것처럼, 인류가 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지지대가 필요함을 가르쳐줍니다. 즉, 이러한 지지대가 없으면 인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플라톤이 “하느님은 우리에게 모든 것의 기준” (법률 716c)이라는 원칙을 통해 표현한 것과 같은, 고대 정신의 유산입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 인간의 책임에 대한 이해는, 인간과 하느님의 관계를 통해 표현됩니다. 인간은 “하느님의 형상대로”, “하느님을 닮은 모습으로” 창조되었습니다. 또, 우리의 구원과 모든 피조물의 갱생을 위해서, 태초 이전부터 계시는 하느님의 말씀이 인간 본성을 취하셨습니다. 우리가 이러한 그리스도교 가르침을 깊게 이해한다면, 우리의 책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인간과 피조물의 지극히 높은 가치를 모두 인정합니다. 이러한 정신 안에서는, 인간의 신성함을 존중하는 것과 ‘아주 좋은’ 피조물의 온전함을 보호하는 것이 동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지혜와 사랑의 하느님에 대한 신앙은 인간의 창의력을 고취시키고 지지하며, 인간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어려움과 시련 속에서도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힘을 줍니다.

우리는 인간과 피조물을 보호하기 위한 정교회 간 협력, 그리스도교 간의 협력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또한 이 주제를 종교 간 대화와 종교 간 공동 활동에 포함시키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더욱이 우리는 현대의 생태 위기가 지구상의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꼭 이해해야 한다고 특히 강조합니다. 「세상의 생명을 위하여: 정교회의 사회적 윤리」라는 제목의 세계 총대주교청 문서에서는 이 문제와 더불어, 기후 변화가 가져온 영향에 대한 교회의 필수적 보살핌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웃을 섬기는 것과 자연 환경을 보존하는 것이 긴밀하고 분리될 수 없이 연결되어 있음을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가 피조물들을 보살피는 것과 그리스도의 몸을 위해 봉사하는 것은 아주 밀접하고 분리될 수 없이 이어져 있는데, 이는 가난한 자들의 경제적 상황과 지구의 생태적 상황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과학자들은, 현재의 생태계 위기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가장 적게 가진 이들이라고 말합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합니다. 즉, 기후변화 문제는 사회 복지와 사회 정의의 문제이기도 한 것입니다.”(76항)

이상으로 말씀을 마치며, 존경하는 형제 여러분과 사랑하는 자녀 여러분께, 하느님의 축복과 풍성한 열매가 가득한 새로운 교회연도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오늘 우리는, 놀랍고 기적을 베푸는 성화, ‘가장 복되시는 성모님 성화(파나기아 팜마카리스토스)’의 축일을 기념하며 겸손한 마음으로 그분께 경배를 드립니다. 동정녀 성모님의 중보를 통해, 모든 것의 창조주이시며 경이로우신 하느님의 생명을 베푸는 은총과 측량할 수 없는 자비가 여러분에게 모두에게 내리기를 간청합니다.

 

2024년9월 1일

여러분 모두를 위해 하느님께 뜨거운 기원을 드리는
바르톨로메오스 콘스탄티노플의 총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