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4일 금요일에 한국정교회 암브로시오스 대주교는 로만 카프착 신부과 그의 가족과, 안토니오스 임종훈 신부와 요한 박인곤 보제와 서울 성공회 주교좌 대성당에서 NCCK 주관으로 이루어진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한 기도식에 참여하였습니다.
이 기도식에서 한국정교회 대주교께서는 주 설교자로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습니다. :
주제: “전쟁보다 더 큰 죄는 없습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크라이나에서 동족 간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 말씀을 많이 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말보다는 기도와 행동이 그 자리를 차지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저에게 설교의 기회를 주신 데 대해 감사드리며, 짧게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러시아가 유럽의 독립 주권 국가인 우크라이나에 공격을 가하고, 인권을 유린하고, 우리의 형제들, 특히 민간인에 대한 잔혹한 폭력을 가한 후, 우리 모두는 큰 충격에 휩싸여 깊이 슬퍼하고 우려하며 걱정하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과와 이것이 세계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약 80년 만에 유럽에서 일어난 가장 큰 충돌입니다.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불확실한 결과를 가져올 이 전쟁에서 러시아는 협상 테이블에 – 그것이 단순히 겁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 하더라도 – 핵무기라는 “카드”(or “시나리오”)를 내놓았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단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세계대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인류 최후의 재앙이 될 수 있는 핵전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은 지금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책임자와 똑같은 책임자가 국토를 침공했던 쓰라린 경험과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생생한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약 70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한반도 전쟁의 비극적 결과를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국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서로 하나가 되어 우크라이나 전쟁을 규탄해야 합니다. 영국 에섹스의 소프로니오스 성인께서 언급하셨듯이 “전쟁보다 더 큰 죄는 없”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우리들에게 주님의 형제 야고보 사도의 말씀을 한 번 더 증명해보이고 있습니다. 그 말씀은 야고보서 4장 1절에 나오는 말씀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여러분은 무엇 때문에 서로 싸우고 분쟁을 일으킵니까? 여러분의 지체 안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욕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까?” 또 4세기의 요한 크리소스토모스 성인도 “전쟁의 원인은 금전과 권력과 세속적 영광에 대한 애착에서 비롯됩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2016년 크레타에서 열렸던 정교회의 거룩하고 위대한 시노드에서 밝혔듯, 모든 전쟁은, “세상의 악과 죄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 교회에서 최소한의 악으로 허용되는 유일한 전쟁은 방어 전쟁, 또는 해방을 위한 조건부 전쟁입니다. 교회는 전쟁을 무고한 사람들과 정의의 보호를 위한 불가피하고 비극적인 필요성으로 받아들입니다. 이러한 경우 교회는 전쟁의 해로운 영향을 치유하기 위해 영적 치료를 제공합니다.” (2016, 크레타, 정교회의 거룩하고 위대한 시노드)
2001년의 9.11테러와 최근의 코로나19가 가져온 것처럼, 우리가 지금 보내고 있는 이 어려운 시기에도 인류 역사의 변화가 초래될 것인데, 우리는 개인으로서뿐만 아니라 교회 공동체로서,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거나 중립적 태도에 머물러 있을 수 없습니다. 중립적인 태도는 부당함을 당한 사람들에게 가해진 불의를 은폐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유럽의 그리스도교 교회들은 두려움 때문에 파시즘과 나치즘을 강력하게 비난하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려봅시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들은 위험한 중립태도를 보였고 유럽 전쟁에 개입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역사는, 중립적인 태도는 세계 평화를 가져오는 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현대 세계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세계의 평화와 정의를 수호할 동맹들이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정교회의 바르톨로메오스 세계 총대주교께서는 처음부터 ”우리 모두는 우크라이나의 평화 유지를 위해 온 마음을 다해 열렬히 기도하도록 부름 받습니다.”라고 말씀하시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단호히 비난하셨습니다. 총대주교께서는 지금과 같은 불운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하셨습니다. “우리는 평화의 주관자이신 주 예수께 열렬한 마음으로 “주의 백성들아, 그에게서 힘을 얻고 축복받아 평화를 누리어라.”(시편 29:11)라고 기도합시다.”
또한 다음과 같이 덧붙이셨습니다. “실제로 지난 24시간 동안 우크라이나에서 비극적인 인류 재앙이 펼쳐졌습니다. 이 전쟁은, 여느 전쟁과 마찬가지로 아주 끔찍하고 비난받아 마땅한 전쟁입니다. 이성보다는 불합리함이, 사랑보다는 증오가, 빛보다는 어둠의, 생명보다는 죽음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즉시 전쟁이 종식되길 촉구하고 호소합니다! 모든 폭력 행위, 고통과 죽음을 퍼뜨리는 모든 행위가 즉시 중단되길 호소합니다. 그리고 이성,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 화해와 연대,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빛, 즉 생명의 선물이 널리 퍼지도록 호소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계 총대주교께서는 “모든 문제에 대한 해결과 모든 경우의 대처를 위한 진솔한 대화를 통해, 이 심각하고 어려운 상황에 평화가 찾아올 수 있도록 협력하자고, 모든 나라와 유럽연합과 모든 국제 기구들의 지도자들을 초대합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영적인 사람으로서, 또 민족과 문화 간의 사랑과 평화를 지키고 수호하는 사람들로서, 거룩한 복음이 우리에게 가르치듯이, 죽음과 파괴를 초래하는 모든 전쟁을 온 힘을 다해 규탄합니다. 우리의 거룩한 의무는, 불의와 폭력과 전쟁에 맞서, 모든 방법을 다해 투쟁하는 것입니다.
전 세계 모든 그리스도교 교회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난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첫째가는 실질적 의무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완전히 거역하는 문제에 대해 우리의 반대 의사를 강력하게 표현하지 않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도 용납되지 않습니다.
요즘 정치인들은, 안타깝게도 또한 일부 교회 지도자들까지도, 러시아 정치세력에 반감을 사지 않고자,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감히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이나 “전쟁”이라는 표현 대신, “현재의 사건”이나 “어려운 상태”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음과 같이 생각해야 합니다. 다음은 키프로스 대학교 교수 스타브로스 포티오스의 글에서 인용한 부분입니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의 국경을 침범하여 공격하는 것을 침략이라고 직접 선언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타심, 공존, 인간, 동료 인간과 같은 다른 단어들의 의미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확실히 알아야 합니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침략한 것에 대해 비난하지 않는 사람들은 도시와 문화, 국제법과 세계 평화, 보편적 형제애와 보편적 협력에 대해 언급할 도덕적 권리를 잃게 됩니다. …
개인적 이익을 위해 침묵하는 사람들은 조국에 대한 수호 의무와 세상에 대한 봉사의 의무에 대해 다시는 언급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역사는 모름지기 여러 사람들을 하나로 연합하는 사람들을 기억해야 함을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비인간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을 존경하는 사람들은, 어느 날 아침 세상이 아우슈비츠로 변했다는 것을 발견한다 해도 분개하지 마십시오.
남을 죽이는 결투장에서 단순한 구경꾼으로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인류의 상처의 고통을 자신의 몸으로 느낄 때 놀라지 마십시오. 자신들이 “모든 사람들과 모든 것에 대한 책임자”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 또 “모든 것이 넓은 바다와 같아서, 모든 것이 흘러가고 소통하고, 우리가 한 지점을 건드리면 그 움직임이 세상의 반대편에 있는 곳에 전달되고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인류의 역사를 이끌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야망에 찬 사람들로 인해 멸망하게 되었을 때, 불평하지 마십시오.
스스로를 영적인 사람, 사상가, 지식인으로 자랑하면서도 침묵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강력한 물질주의자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릇된 동기 때문에 약한 자들의 편에 서기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자유에 대한 갈망과 사랑으로 죽음을 맞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영원히 노예로 남을 것입니다. 자유롭게 사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진정한 삶을 결코 한번도 누리지 못했습니다.” (키프로스 대학교수, 스타브로스 포티오스)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의 결론은, 한편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비난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에 대한 지지로, 이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실천해야 할 의무입니다. 이것만이 유일한 길입니다. 이렇게 해야만 우리는 스스로를 그리스도인이라고 부를 자격이 있습니다. 또한 앞으로 악이 우리를 찾아오지 않기를 바랍시다. 이렇게 해야만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느님의 아들이 될 것이다.”(마태오5:9)라는 마태오 복음의 말씀처럼 우리는 하느님의 아들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믿는 여러분 모두에게 평화가 있기를 빕니다. ”(I베드로 5:14)
경청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조성암 암브로시오스 한국정교회 대주교
연합뉴스 포토 :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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