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3.24. 우크라이나 전쟁 희생자 추도식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동족상잔의 전쟁이 시작된지 한 달이 되는 2022년 3월 24일 목요일, 서울 성 니콜라스 대성당에서 전쟁으로 사망한 이들을 위한 평화와 화해의 특별 기도가 봉헌되었습니다.  드미트로 포노마렌코(H.E. Mr. Dmytro Ponomarenko)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신자들과 한국인 신자들이 참석하였습니다. 추도식 후에 안토니오스 임종훈 신부가 바르톨로메오스 세계 총대주교의 평화 메시지를 낭독하였고 암브로시오스 대주교의 설교 말씀도 있었습니다. 이 날 추도식은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원장 김영주 목사(전 NCCK 총무)의 연설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다음은 암브로시오스 대주교의 설교말씀입니다 :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우크라이나도 부활하였습니다!

먼저 한국정교회 모든 신자들이 깊은 슬픔과 정신적 고통을 느끼고 있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벌써 한 달이 다 지났음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전쟁이 끝나기는커녕, 고통과 시련을 겪는 우크라이나는 한 달 동안 매일 십자가에 달리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영웅적인 국민들은 성대금요일에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시기 전에 이미 골고다에 올라가서 자신들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악과 불의가 세상을 영원히 통치하도록 허락하지 않으시는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당신의 우크라이나 백성들을 그들의 부활로 이끌어주실 것입니다. 머지않아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전쟁의 책임자들에게 “네가 어찌 이런 일을 저질렀느냐? 네 아우의 피가 땅에서 나에게 울부짖고 있다.”(창세기 4:10)라고 말씀하실 때가 올 것입니다. 이전에 카인에게 말씀하신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묵시록의 말씀처럼, 고통 받은 우크라이나의 시민들에게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씻어 주실 것입니다. 이제는 죽음이 없고 슬픔도 울부짖음도 고통도 없을 것입니다. 이전 것들이 다 사라져 버렸기 때문입니다.”(묵시록 21:4 참조)

우리의 의무는 러시아의 가혹한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것입니다. 전쟁과 그리스도교는 양립할 수 없음을 분명히 선언합시다. 전쟁을 지지하며 우크라이나에서 자행되고 있는 무시무시한 전쟁 범죄를 외면하는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인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습니다. 이웃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정치 지도자들이 저지르는 비인간적이고 잔혹한 행위에 대해 저항하지 않는 그리스도인들은 거룩한 복음 말씀을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생태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발생된 생태 재앙을 깨닫지 못하는 그리스도인들은 다시는 생태 문제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분명히 할 것은, 우리는 이 전쟁으로 인해 마찬가지로 고통 받고 있는 러시아 국민들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우리는 러시아 사람들을 진실로 아끼고 사랑합니다. 한국 정교회 대교구는, 러시아에서 공산주의가 붕괴된 후부터 오늘날까지 경제적 이유로 한국에 이주해 온 러시아 이민자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도와 왔습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모든 형태의 폭력에 저항해야 하는 거룩한 의무가 있습니다. 독재적 행위와 광기적인 행위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 부당하게 박해받는 사람들, 자신의 조국에서 평화롭고 자유롭게 살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들에게 우리는 물질적, 영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할 것입니다.

주한 우크라이나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대사님께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종식되고 평화가 오기를 기원하는 우리의 마음을 전달드립니다. 전쟁이 하루 빨리 중단되어 우크라이나의 모든 사람들이 부활절 축일에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습니다”라고 찬양하고 또 “우크라이나도 부활하였습니다”라고 외치게 되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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