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지 하느님의 형상인 사람에게 총을 겨누는 자는 그리스도에게 직접 총을 겨누는 것입니다.
2022년 3월 14일,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 긴급 구호연대 발족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우리 대교구는 이 구호연대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50여 명의 기자들이 참석한 회견에서, 암브로시오스 대주교께서는 인사 말씀을 통해 다음과 같은 성명서를 발표하셨습니다.
«우리는 요즘 너무도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저지르고 있는 큰 범죄를 19일째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제2차 세계대전 때 히틀러가 했던 것과 유사합니다.
정교회 신자로서 우리는, 정교인들이 다른 정교인들을 대상으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 상황에 대해 큰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한국 정교회 대교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이 전쟁을 단호히 규탄합니다. 여느 전쟁과 마찬가지로 이 전쟁 또한 사랑과 평화의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전쟁보다 더 큰 죄는 없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러시아 정치 지도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적대적 행위를 즉시 중단하여, 상처입은 평화의 비둘기가 고통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로 돌아갈 수 있기를 요청합니다.
또한 큰 존경심과 기독교적 사랑의 마음으로 모스크바의 끼릴 총대주교님께, 같은 믿음을 가진 우크라이나 정교인 형제들에 대해 행해지는 전쟁과 범죄를 공개적으로 규탄해주시기를 요청합니다. 특히, 끼릴 총대주교님께서 예언자적 용기로 모든 책임자들에게 다음을 말씀해 주시기를 요청합니다. 첫째, 전쟁에 반대하기 때문에 침묵을 강요당하는 대다수 러시아 국민들의 ‘자유’라는 거룩한 선물이 없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 둘째,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고국에서 자유롭게 살기를 원한다는 이유로 십자가에 못 박히는 것은 그 어떤 이유로든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 이 두 가지를 말씀해 주시기를 요청합니다.
누구든지, 무고한 어머니들과 아이들이 죽임을 당하는 것을 보면서도, 병원이 폭격 당하는 것을 보면서도, 또 수백만의 우크라이나 국민들 가운데 몸이 아픈 이들과 연로한 이들이 피난길에 오르는 것, 대피소나 숲 속에 숨어 있으면서 며칠씩 먹을 것이 없고 마실 것이 없어 굶주리고 목마른 이들을 보면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어떤 방식으로든 항의하지 않는 사람은, 그리스도인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민간인을 돕기 위한 모금 캠페인에 한국 정교회 대교구가 참여하는 것은 정치적 동기가 아니라, 전적으로 기독교적이고 인도주의적인 동기에 의해서입니다. 이는 모든 사람들이 하느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다는 우리의 믿음에서 비롯되는데, 지금 이 순간 우크라이나에서 끔찍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그리스도께서 직접 고통받고 계시다는 깊은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든지 하느님의 형상, 즉 사람에게 총을 쏘는 자는 그리스도에게 직접 총을 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리스도의 ‘보잘것없는’ (마태오 25:40, 45) 형제들을 보호하고 지켜야 할 거룩한 책임을 느낍니다.
정교회 바르톨로메오스 세계 총대주교님께서는 어제 설교 말씀에서 다음과 같이 특징적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과 전쟁이 즉시 중단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대화를 위한 새로운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러시아 당국 책임자들에게 이성과 정의와 사랑이 깃들어서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동족 간의 전쟁이 즉시 종식되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희망합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노컷뉴스, 뉴스1, 뉴시스, 뉴스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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