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안에서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얼마 전에 마무리된 2020년 한 해는, 모두가 잘 알다시피, 우리의 사랑과 인내와 인간성을 시험한 깊은 위기의 해였습니다. 이 위기는 건강, 경제, 교육, 실업, 사회적 문제, 심리적 문제 등 여러 차원에서 인간의 참을성과 회복능력을 시험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여러 차원에서 지속되고 있는 이 위기는 대인 관계 수준에서 우리의 태도와 행동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즉, 코로나19가 유발한 이런 ‘쓰나미’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인간관계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는 뜻입니다. 다행히도 많은 사람들은 세상의 중심이 인간이 아니라 하느님이시라는 것을 이제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전능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과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요한 15:5)는 그리스도의 말씀이 시간을 초월해서 영원한 영향력과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또, 더이상 자기중심적으로 믿고 생각하지 않으며, 겸손과 자기비판의 마음으로 인간의 약점과 한계를 고백하게 되었습니다. 가족들과 친척, 주변의 이웃들과 더 자주 소통하게 되었습니다. 병든 이들, 가난한 이들,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과 연대를 제공하기 위해 함께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웃’이 되었기에, 자신을 정당화하려는 어조로 «그러면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루가 10:29)라고 더이상 묻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하느님의 선하심과 자비가 우리에게 주신 2021년 새해를 올바르게 보내면 우리는 한 해를 위기 극복의 기회로 만들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허락하시는 것은 전부 항상 우리의 구원에 유익하다는 굳건한 희망을 가지면, 우리는 고개를 높이 들고 마음을 굳게 다진 채, 우리 안팎에 있는 여러 종류의 악을 이겨내고자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도움과 보호에 절대적으로 의지하면, 우리는 좌절감, 우울함, 절망감, 두려움, 불안함에 휩싸이지 않을 것이며, 하느님 나라를 향한 우리의 투쟁을 중간에서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인생에서 다시 한번 더 한 해가 시작되는 이 시점에 «하느님 아버지로부터 오신, 태초부터 계시며 시초 없는 말씀이시며, 지금 막 동정녀로부터 나신 그리스도»께 «흔들리지 않는 믿음, 확실한 희망, 위선없는 진실한 사랑»을 주시기를 간청합시다. 또한 하느님께 우리의 «행동, 일, 말과 기억들»을 축복해주시기를 간청하여, 하느님의 섭리에 대한 확고한 신뢰로 «우리와 다른 이들의 온 생명을 하느님이신 그리스도께 맡깁시다.»
피시디아의 소티리오스 대주교님과 모든 성직자들, 주님 안에서 협력하는 이들과 함께 새해 인사를 전합니다. 올 한 해가 여러분들과 여러분의 가족들, 우리 나라, 그리고 온 세상에 축복되고 영적으로 유익한 해가 되길 따뜻하고 진심 어린 마음으로 기원합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한없는 사랑과 존경으로,
† 암브로시오스 조성암 한국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