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로마–콘스탄티노플의 대주교이자 세계총대주교 바르톨로메오스는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신
구세주 그리스도의 은총과 자비와 평화가 온 교회에 임하길 기원합니다.
형제 공동 집전자들과 축복받은 자녀 여러분,
하늘에서 우리를 찾아오신 우리 구세주 그리스도께서 육화하신 화사한 축일인 성탄절을 다시 한 번 맞이하며, 우리는 시편과 성가를 통해 그분의 모든 천상의 이름을 찬양합니다. 하느님의 시초없는 말씀의 성육화는 “우리 구원의 시작”이요, 모든 이성을 초월하는 신인(神人)이신 그리스도와 인간 사이의 친교의 “영원한 신비”입니다. 고백자 성 막시모스 성인은 이렇게 웅변적으로 말했습니다. “사랑의 하느님으로서, 그분은 인간 본성을 취하시어 참으로 인간이 되셨지만, 인간이 되신 방법은 언제나 형언할 수 없다. 그분은 인간성을 초월하는 방식으로 인간이 되셨다.”(고백자 성 막시모스, Varia, 덕과 악에 관해, Century I, 12. PG 90, 1184)
성육화는 하느님에 대한 진리의 계시와 더불어 진리와 인간의 궁극적인 목적지, 즉 우리가 은총으로 신화함에 대해서도 밝혀줍니다. 니콜라스 카바실라스 성인은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에게 참되고 완전한 사람을 보여주신 최초의 분이자 유일한 분”(니콜라스 카바실라스, 그리스도 안에서의 나의 삶, PG 150, 680-681)이라고 선언하는데, 이는 아주 깊은 신학적 의미를 지닙니다. 그때 이후로, 하느님을 공경하는 사람은 사람도 공경해야 마땅하고, 사람을 비난하는 사람은 우리의 본성을 취하신 하느님을 욕되게 하는 것이 됩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에 대해 신학적으로 말하는 것은, 동시에 사람에 대해 말하는 것과 같게 됩니다. 성육화하신 신성한 경륜은 압제적이고 징벌적이며 인간에 대한 적대자로서의 하느님의 이미지를 확정적으로 폐지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어디에서나, 언제나, 모든 것에서 인간을 부정하는 것들을 부정하시고, 인간의 자유를 수호하십니다. 성육화하신 성자와 하느님의 말씀이 취한 육신으로서의 교회의 생명은(성 요한 크리소스토모스, 유배당하기 전 강론, PG 52, 429) 모든 것을 구원하는 이 신인(神人)의 신비를 대표하고 표현하며 섬깁니다.
오늘날 교회는, 인간이 그리스도 안에서 창조된 “다른 목적”과 그리스도 안에 있는 모든 피조물의 재생을 기치로 하여, 인간의 신성함과 피조물의 완전성을 위협하는 모든 발전에 대해 선한 증언을 전달합니다. 교회는 진정한 영적 삶의 진리와, 사랑과 연대의 문화를 경험하고 전파합니다. 교회는 “우리가 간직하고 있는 소망”(1베드로 3:15)에 대해 증언하면서, 현대 문명을 또 다른 죄 많은 니느웨로 간주하지 않습니다. 요나처럼 니느웨에 대한 하느님의 진노를 불러일으켜서 하느님께서 현대 문명을 없애시도록 하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고, 교회는 그리스도 안에서 문화의 변모를 위해 투쟁합니다. 우리 시대에는 논쟁이 아니라 사목적 상상과 대화가 필요하고, 기권이나 회피가 아닌 참여가 필요하고, 추상적인 이론이 아닌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고, 무조건적인 거부가 아닌 창의적인 수용이 필요합니다. 이 모든 것은 우리의 영성과 예배 생활을 희생시키면서 기능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교회의 존재와 증언의 “수직적(하느님-사람)” 차원과 “수평적(사람들 사이)” 차원의 분리될 수 없는 일치를 보여줍니다. 교회 전통에 충실하는 것은 과거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위해 창조적 방식으로 과거 경험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지난 한 해에도 코로나19의 대유행은 인류를 힘들게 했습니다. 우리는 이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효과적인 백신과 다른 의약품들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전문가와 과학자들에 힘을 불어넣어 주신 자비의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며, 아직 예방 접종을 받지 않은 모든 신자들이 예방 접종을 받고, 모든 사람들이 보건 당국이 제시하는 보호 조치들을 충실히 준수할 것을 권하는 바입니다. 과학은 인간을 섬기는 역할을 하는 한, 하느님이 주신 값진 선물이 됩니다. 우리는 이 선물을 감사하게 받아들여야 하며, 무지하면서도 스스로를 하느님의 대표자들이라고 자칭하는 ”영적 조언자들”의 무책임한 목소리에 현혹되지 말아야 합니다. 그들은 형제들에 대한 사랑의 부재로 인해 한탄할 정도로 자신을 무력하게 만들고 형제들의 생명을 심각한 위험에 노출시킵니다.
존경하는 형제 여러분, 그리고 사랑하는 자녀 여러분,
우리는 외부의 여러 요인들과 외부적 국면의 발전양상과 관계없이, 우리 각자의 삶과 모든 인류의 여정이 지혜와 사랑의 하느님에 의해 인도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모두에게 구원의 해가 될 행복한 2022년을 고대합니다. 역사의 움직임이 인류를 사랑하고 만물을 돌보시며 “모든 사람이 다 구원을 받게 되고 진리를 알게 되기를 바라”시는 그리스도에(1디모테오 2:4) 의해 인도되는 한, 새해는 구원의 해가 될 것입니다.
2022년 거룩한 성대주간에, 우리는 우리의 유서 깊은 세계총대주교청에서 거룩한 성유 축성식을 거행할 예정입니다. 총대주교로서의 사목 기간 중 네 번째로 이 축제적이고 거룩하고 감동적인 예식을 집전하게 되는 것은 제게 두 번 다시없을 거룩한 선물이라고 여깁니다. 모든 것에 대해 하느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이러한 마음으로,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신 아기 예수를 공경하며, 그곳에 사는 그리스도인 형제들을 생각하며, 예수님의 거룩한 성지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의 평화롭고 조화로운 공존을 위해 기도합니다.
이러한 정신으로, 우리는 가까이에 있거나 멀리 있는 여러분 모두가 성탄절부터 신현축일까지 지속되는 축일들을 거룩하게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세세대대에 걸쳐 영광과 권세가 가득한 주님의 은혜로, 건강하시고 선한 일들에서 열매를 맺으시며 신성한 선물이 가득한 새해를 맞이하시길 기원합니다. 아멘.
2021년 성탄절에
하느님 앞에서 모든 사람을 위해 열렬히 간청하는
+ 바르톨로메오스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
*이 메시지는, 성탄절 성찬예배 때, 복음경 봉독 이후 봉독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