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바르톨로메오스 총대주교 대사순절 메시지

2018년 2월 18일

 

우리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평화가

그리고 우리의 기도와 축복과 용서가 교회와 함께 하시길 빕니다.

성 삼위 하느님께 감사의 찬양을 드립시다. 하느님께서는 다시 한 번 우리가 이 거룩하고 위대한 사순절에 이르게 하셔서, 우리로 하여금 금욕의 선한 싸움을 싸우고, “필요한 단 한 가지”(루가 10:42)를 향해 돌아서게 해주셨습니다.

금욕을 비웃고 적대시하는 세상에서, 현대 세계에 만연한 신성한 생명에 대한 경시에 맞서서, 또한 개인주의적 행복을 최고의 것을 삼는 문화의 지배에 맞서서, 정교회는 올해도 영적 투쟁과 “거룩한 절제”의 ‘사십일 기간’, 거룩하고 위대한 사순절을 지켜나갑니다. 사순절은 성대주간과 그리스도의 수난과 십자가를 맞이하기 위해 신자들 스스로를 준비시키고, 마침내 그리스도의 영광스러운 부활을 보고 참여할 수 있게 해줄 것입니다.

대사순절 기간 동안, 우리는 성 삼위 하느님의 창조적인 구원의 경륜을 더욱 깊이 있게 경험하도록 요청받습니다. 더욱 분명히 말하면, 그것은 교회의 영적 삶의 종말론적 기준, 방향 그리고 도약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자기 의로움으로 구원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는 바리사이파 사람의 교만, 탕자의 비유에 나오는 맏아들의 돌 같은 마음, 마지막 심판 이야기에 언급되는 배고픈 자, 목마른 자, 헐벗은 자, 병자, 우리와 똑같은 이웃에 대한 방치와 무관심, 이 모든 것이 만들어 낸 출구가 없는 비극적 곤경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세리의 참회와 겸손, 아버지 집에 돌아와 그 은총에 자신을 맡긴 탕자의 용기와 결단을 본받으라고 권면합니다. 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자비로웠던 사람들, 그레고리오스 팔라마스 성인의 기도의 삶, 시나이 산의 요한 클리막스 성인과 이집트의 마리아 성녀의 금욕적 삶을 본받으라고 권면합니다. 그리하여 거룩한 이콘들과 고귀한 십자가에 대한 공경을 통해 더욱 굳세어져, 생명을 주는 무덤에서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인격적으로 만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영적 삶의 공동체적이고 사회적인 특징은 특별히 이 복된 사순절기에 더욱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는 하느님 앞에 홀로 서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단순히 개인들의 총합이 아니라 인격적 존재들의 친교입니다. 인격적 존재에게 “존재”는 언제나 “더불어 존재”입니다. 금욕은 결코 개인적 성취가 아니라 교회의 사건입니다. 정교 신자에게 그것은 교회의 신비와 성사들에 참여하는 것이고, 이기주의에 맞서 싸우는 것이고, 인간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며, 성만찬 예배를 관통하는 감사의 마음으로 피조세계를 사용하는 것이며, 세상의 변모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동일한 하나의 자유, 하나의 덕, 하나의 선, 교회의 규범에 대한 하나의 순종을 공유합니다. 우리는 개인적인 욕심이 아니라 교회가 명하는 것에 따라 금식합니다. 우리의 금욕적 노력은 한 몸을 이루는 교회의 다른 여러 지체들과의 관계라는 틀 안에서 전개됩니다. 그것은 또한 “사랑 안에서 진리”(에페소 4:15)를 고백하는 삶의 공동체인 교회의 여러 사건과 행위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정교회의 영성은 신성한 감사의 성찬 예배에서 절정을 이루는 교회의 삶에 참여하는 것과 결코 분리될 수 없습니다. 정교 신앙은 교회 안에서 양육되고, 언제나 교회적인 차원을 가지는 신앙입니다.

대사순절의 경기장은 종교적인 심성을 드높이는 기간도, 피상적인 감정에 몰두하는 기간도 아닙니다. 정교회가 말하는 영성은 물질과 몸에 대한 이원론적인 멸시에서 영양을 공급받는, 그런 반쪽짜리 정신과 영혼을 향해 돌아서는 것을 결코 의미하지 않습니다. 영성은 우리의 존재 전체, 우리의 영, 우리의 지성, 우리의 의지, 우리의 영혼과 우리의 몸, 우리의 생명 전체가 친교의 영이신 성령으로 젖어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과적으로 영성은 우리의 삶을 교회화하는 것, 성령으로부터 영감 받고 인도되는 삶을 영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진정으로 성령의 담지자가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또한 우리의 입장에서 자유롭게 협력하는 것, 다시 말해 교회의 성사적 삶에 참여하고 하느님 안에서의 삶을 영위하는 것을 전제합니다.

주님 안에서 친애하는 형제들, 그리고 사랑하는 자녀 여러분,

열매가 없는 영성은 결코 참된 영성이라 할 수 없습니다. 그런 영성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또한 그의 가까운 이웃 그리고 멀어진 이웃도 사랑합니다. 그는 온 피조물을 사랑합니다. 이 희생적 사랑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I 고린토 13:8) 그것은 감사의 성찬 예배와 같은 행위이고, 마지막 때의 생명과 진리를 이 지상에서 성취하는 것이며 미리 맛보는 것입니다. 우리의 정교 신앙은 마르지 않는 역동성의 원천, 영적 투쟁 능력의 원천, 친구로서 하느님과 인간을 대하는 행위의 원천, 세상에서 선을 풍성하게 일구는 원천입니다. 교회 안에서 믿음과 사랑은 하나의 견고한 생명에 대한 경험의 요체입니다. 교회의 거룩하고 영적인 친교 안에서 행해지는 금욕과 금식과 이웃 사랑은 종교주의로 흘러가는 것을 막아줍니다. 그것은 교회 안에 새겨진 신앙이 메마른 내적 추구와 개인적 완성으로 변질되지 않게 해줍니다.

하느님의 성령은 교회 안에 끊임없이 불어옵니다. 하느님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대사순절의 거룩한 날들 동안, 우리는 “꾸준히 기도하고”(로마 12:12), “겸손 안에서 살고 자비를 행하고”(아빠스 피멘),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필로칼리아의 정신과 연민의 정으로 살며, 서로를 용서하고, 서로를 사랑하며, 모든 선을 베푸시는 하느님께 영광 돌리고, 그분의 풍요로운 선물에 감사드리면서, 이기주의에 맞서서 더욱 가열차게 영적인 투쟁을 전개하도록 부름 받습니다. “보십시오. 지금이 바로 가장 좋은 때입니다. 지금이 바로 구원의 날입니다.”(II 고린토 6:2)

뜨겁고 즐거운 마음으로 거룩한 대사순절을 맞이할 수 있도록 위로부터의 도움을 간청하면서, 또한 “금식의 경기장을 거뜬하게 달릴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리스도 안에서 존경하는 형제들, 그리고 세상 모든 곳에 있는 그리스도의 거룩하고 위대한 교회의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총대주교청에서 축복의 인사를 전합니다.

 

2018년 성 대 사순절

하느님 앞에서 여러분 모두의 뜨거운 중보자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 바르톨로메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