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성탄절 메시지 암브로시오스 조성암 한국의 대주교

2016년 성탄절 메시지

주님 안에서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올해도 하느님께서 자비와 은총을 내리시어 위대하고 기쁜 축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탄
생 축일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성탄축일에 우리는 무엇을 기념하나요? 하느님
께서 이 땅에 내려오심을 기념합니다. 끝이 없으신 하느님께서 인류의 역사 안에 들어오신 것
입니다. 하늘의 하느님께서 인간들과 함께 살아가시기 위해서 땅으로 내려오신 것입니다.
정교회의 위대한 신학자 중의 한 분이신, ‘신학자’ 나지안주스의 그레고리오스(4세기) 성인은
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의 신비를 경이로워하면서 구세주께서 인간이 되신 것에 숨겨져 있는
신비로움을 그의 수사학적인 감각으로 다음과 같이 표현하셨습니다. “스스로 계시는 분이 창
조되십니다. 창조되지 않은 분이 창조되십니다. 한계가 없는 분이 한계가 그어지십니다. … 모
든 부를 주시는 분이 가난해지십니다. 그분께서 나의 육신을 취하시어 가난해지신 것은 그분
의 신성으로 나를 부유케 하시기 위함입니다. 충만하신 분이 자신을 비우십니다. 잠시 동안
자신의 영광을 비우십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내가 그분의 충만함을 맛보게 하시려는 것입니
다. 그러니 누가 덕의 부자입니까? 내 주위를 감싸고 있는 이 신비는 무엇입니까?”(신현축일
에 대한, 설교 38, PG 36,325)
설명할 수 없는 모순이며 이해할 수 없는 신비, 하느님께서 이 땅에 내려오신 사건은 인간들
을 놀라게 했을 뿐만 아니라 천사들도 그 위대함에 경탄하며 “인간을 사랑하시는 당신의 겸손
에 영광돌리나이다!”라고 외치게 만들었습니다.(성탄절 대만과) 하느님의 말씀, 하느님의 아들
께서 인간의 육신을 취하신 것에 대해, 이해력이 제한된 인간은 그 깊은 뜻을 가늠할 수 없고
깨달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가 작사가는 “신비를 찾아오는 신자들도 영원토록 영광
돌리나이다.”라고 표현합니다.
하느님께서 이 땅에 오신 목적은 오직 하나입니다 :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우리들의 구원을
위해서입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 이 땅에 내려오신 것처럼 우리 개개인에게도 오실 수 있
게 해야 합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조건이 필요합니다 :
첫째, 주님께서 우리 마음에 들어오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만약 우리가 원하지 않는다면
주님께서는 우리의 자유를 존중해주시기 때문에 강제로 우리 안에 들어오시지 않습니다. 그러
나 우리가 겸손한 마음으로 주님을 청한다면 주님께서는 약속하신 대로 행하실 것입니다. “들
어라. 내가 문 밖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나는 그
집에 들어가서 그와 함께 먹고, 그도 나와 함께 먹게 될 것이다.”(요한묵시록3:20) 그러면 이
제 영혼 깊숙이 겸손한 마음으로 회개하며 다음과 같이 반복해서 간청합시다. “주님이시여,
당신께서 내 영혼에 오시어 머무르시기에 저는 부족하나이다. 하지만, 당신은 자비로운 분이
시기에 용기 내어 저에게 오시기를 간청합니다. 당신께서 지으신 자연이 조화를 이루듯이 당
신께서는 사랑으로 모든 것을 창조하시고 오셨나이다. 이 순간에도 그렇게 하시리라 믿나이
다. 당신은 눈물로 회개하며 다가온 창녀를 멀리하지 않으셨고, 회개하는 세리를 멀리하지 않
으셨으며, 당신을 증언하고 당신의 나라에서 자기를 기억해 달라고 간청한 강도를 쫓아내지
않으셨고, 바울로가 회개하였을 때 쫓아내지도 저버리지도 않으셨나이다. 영원한 세상과 이
순간에도 언제나 유일한 축복자이신 당신께서는 진심 어린 회개로 당신께 다가온 이들을 당신
의 친구로 삼으셨나이다.”(성체성혈을 받기 위한 기도문)
둘 째, 겸손과 회개 다음으로 주님께서 우리에게 오실 수 있게 하는 조건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성경말씀과 반대되는 그 어떤 것도 우리 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이 사회에는 주님의 말씀과 반대되는 많은 이론과 사상들이 난무하여
사람들을 유혹합니다. 유일한 구원자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를 대신하려는 가짜 구원자들이 날
뛰고 있고, 소위 ‘새로운 윤리’가 뻔뻔하게 가족과 사회생활에 침투하고 있으며, 현대 기술은
하느님과 인간에 대한 공경과 사랑 없이 사용되어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고, 번영과 물질만능
주의는 영적 덕을 쌓기 위한 노력을 천천히 희석시키며, 세상의 일시적인 인기 ‘스타’들은 하
늘로 인도하는 참된 ‘별’을 따르지 않게 만듭니다. 이 모든 것들에 우리는 강하게 맞서야 합니
다. 이러한 것들엔 우리 마음의 문을 닫고 우리 영혼이 물들지 않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런 것들이 우리가 믿고 따를 수 있는 “왕 중에 왕, 통치자 중에 통치자”가 되시기 위해 이 땅
에 오신 주 예수 그리스도를 대신 할 수 없게 해야 합니다.
성탄절은 하느님께서 이 땅과 우리의 마음에 내려오신 날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정
성을 다해 진심으로 그 분을 영접합시다. 우리 영혼의 유일한 신랑으로 그분을 사랑합시다.
그분만을 우리 삶의 인도자로 삼읍시다. 이렇게 해야만 성탄절이 우리를 하느님의 왕국에 들
어가게 해주는 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멘.
주안에서 소티리오스 대주교님과 성직자들 교회에서 봉직하고 있는 이들을 대표하여 거룩한
성탄절을 보내시기 바라며 주님의 거룩한 은총이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함께 하시기를 기
원합니다.
항상 큰 사랑으로,

그리고 육신을 취하신 그리스도 안에서 특별한 영광과 함께

† 암브로시오스 조성암 한국의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