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교회음악 전문지 콰이어 & 오르간(Choir & Organ) 2022년 8월호에 실린 기고문입니다
언젠가 한 번, 방화범들이 울창하고 아름다운 숲에 불을 질렀습니다. 불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서 가는 길에 있는 모든 것을 파괴했습니다. 숲 근처 주민들은 화재를 피하기 위해 공포에 질린 채 집을 버리고 탈출했습니다. 어떤 “인도주의자들”은 대화재의 희생자들을 돕기 위해 멀리서부터 왔습니다. 그들을 본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감사를 느낍니다. 그러나 이웃 나라에서 와서 뻔뻔하게 숲의 더 많은 부분에 계속 불을 지르는 방화범을 즉시 쫓아내는 것이 좋겠습니다. 숲을 전부 파괴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올바른 정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인도주의자들”에게 필사적으로 외칠 것입니다. “서둘러 방화범들을 잡으십시오. 그들의 손에서 우리의 축복받은 숲을 파괴하는 살인적인 도구를 빼앗으십시오. 그들의 극악무도한 행위를 규탄하고, 불을 끄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숲이 완전히 파괴되고, 화재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살기 위해 한곳으로 몰리면서, 주변 마을은 발 디딜 틈 없이 불구덩이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들은 우크라이나에서 온 난민을 돕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달려간 일부 러시아인과 다른 나라 사람들의 계략에 의해 촉발된 것입니다. 많은 이들은 소셜 미디어에서 그들을 보았을 때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향한 인도주의적 도움은 좋은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일으키는 동족상잔의 전쟁의 범법자들을 가차게 비난하고 그들이 부정(不淨)한 일을 중단하도록 압력을 가하지 않는다면, 이런 “도움”은 위선적이고 유토피아적인 것일 뿐입니다. 모두 잘 알다시피, 선한 사람들은, 먼저 악의 근원이 되는 뿌리를 뽑아서 더 많은 희생자가 생겨나지 않도록 합니다. 그런 다음에야 피해를 복구하는 일에 힘씁니다.”
이제는 부디 목소리를 내십시오. 외치십시오. 서면으로 항의하고, 구두로도 항의하십시오. 당신이 침묵한다면, 그것은 유죄입니다. 기민하게 중립을 지키려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형제들에게 가해진 큰 죄를 은폐하는 것입니다. 이토록 단순한 것을 왜 마치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행동하십니까?
전쟁이 계속되면서, 러시아 안팎에서 더 많은 “인도주의자들”이 버섯처럼 생겨나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난민들을 지지한다고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전쟁 피해 아동들을 지지한다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안타깝게도, 이 비극을 일으킨 장본인을 지지한다고 밝힙니다!
정말 강한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극동 아시아에 사는 러시아인들이 자신들의 결정을 인터넷 공간에 발표한 것입니다. 그들은 한편으로는 돈바스 지역의 아이들을 도와주자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러시아 연방이 우크라이나에서 수행하는 특수작전에 관한 공식 입장에 연대와 협력”을 표명했습니다. 세계는 폭격으로 화마에 휩싸였는데, 그들은 여전히 적어도 전쟁이란 이름을 쓰지 말라고 주장합니다! 이보다 더한 위선을 상상할 수 있을까요! 이것은 누군가가 이웃에 사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의 집을 무너뜨리고선, 그 사람이 길에서 노숙자로 살아가는 것을 보면서, 뻔뻔하게 노숙자들을 돕기 위한 캠페인을 조직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위선도 이런 위선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암브로시오스 조성암 한국정교회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