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안에서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하느님은 자비가 지극하시니, 하늘 높은 곳에 구원의 태양을 뜨게 하시어 죽음의 그늘 밑 어둠 속에 사는 우리에게 빛을 비추어주시고 우리의 발걸음을 평화의 길로 이끌어 주시리라.” (루가 1,78-79)
이 성서 구절은 매우 중요한 예언의 일부분으로, 그 자체로 하나의 탁월한 찬송가가 됩니다. 이 구절은 예언자이자 선구자인 세례자 요한의 아버지 즈가리야의 찬송으로, 즈가리야 예언자가 자신의 아들이 기적적으로 태어난 이후 고백한 것입니다. 구약 성서의 마지막 예언이자 신약 성서의 첫 번째 예언으로, 두 성서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신약의 즈가리야 예언자는, 그리스도의 신성한 성육신이라는 설명할 수 없는 신비에 대해, 또 그리스도께서 세상에서 지니신 유일한 사명에 대해, 우리가 인간적으로 가능한 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즈가리야 예언자는 먼저, 하느님께서 크나큰 자비로 모든 사람을 위하여 높은 곳에서 빛을 비추게 하셨다고 설명합니다. 두 번째로, 빛, 곧 그리스도께서, 어둠과 죽음의 그늘 아래 사는 자들을 비추기 위해 이 땅에 오셨다고 설명합니다. 세 번째로, 그리스도께서는 우리가 영원히 구원받을 수 있도록 우리 발걸음을 평화의 길로 인도하시기 위해 오셨음을 알려줍니다.
이 예언은 처음 전해졌던 그 당시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날 우리에게도 해당하며, 이 세상 끝날까지 살게 될 미래의 모든 사람에게도 해당합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은총으로”(에페소 3,7), “이 세상에 와서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요한 1,9)을 보기 위해 부르심을 받은 모든 이들은, 앞서 언급한 예언의 선교적 차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각자는, 아직 그리스도를 만나지 못하여 “어둠과 죽음의 그늘 아래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또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해야겠습니다. 우리 주변에 정교회 증언을 전파하는 우리의 거룩한 의무를 깨닫도록 해야겠습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 “평화의 길로 발걸음을 향할 수 있도록” 도와야겠습니다.
오늘날 세계 곳곳의 전쟁과 내란으로 세계 공동체가 큰 혼란에 빠져 있는 지금, 평화의 가치는 더욱 소중해 보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세상에 평화가 없는 것은 사람들 마음에 내적 평화가 부족한 결과임을 깊이 이해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진정한 평화는 오직 “평화의 왕”(이사야 9,6)이신 그리스도께서만 주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들어보지도 못한 분을 어떻게 믿겠습니까? 또, 말씀을 전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들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성서는 이렇게 예언했습니다. “평화를 전하는 자들의 발, 기쁜 소식을 전하는 자들의 발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로마 10,14-15) 우리 내면에 평화가 있을 때, 또 부활과 사랑이 존재할 때, 비로소 우리 삶이 참된 삶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성탄절 축일의 선교적 가르침을 되새기며, “아직 그리스도의 이름을 듣지 못한 곳”(로마 15,20)에 “여러분을 위하여 구세주가 나셨으니, 그분은 곧 그리스도이십니다.”(루가 2,10-11 참조)라는 복음을 전하고자 하는 거룩한 소망이 우리 안에 자라나기를 바랍니다.
해가 지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성탄절 축일에 “평화의 하느님, 인자하신 아버지가 당신의 아들 평화의 왕을 우리에게 보내주심으로 우리가 하느님을 깨닫는 빛으로 인도되었나니, 자애로우신 이여, 당신을 찬양하나이다.”(성탄절 까따바시아 5오디)라고 노래하기를 기원합시다.
사랑하는 여러분, 주님 안에 있는 모든 성직자와 협력자들을 대표하여 여러분 모두 행복하고 축복된 성탄절을 보내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리스도의 빛과 평화가 우리 삶에 넘치기를 바랍니다.
주님 안에서 많은 사랑으로,
또 이 땅에 탄생하시고 현현하신 주님 안에서 특별한 영예로,
+ 암브로시오스 한국의 대주교, 일본의 엑사르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