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안에서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지금껏 이 세상에 전해진 소식 가운데 가장 기쁜 것은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영원한 죽음으로 몰고가는 죄의 굴레에서 해방시켜주셨다는 것입니다. 바울로 사도가 선언하듯이, 그리스도의 부활로 “승리가 죽음을 삼켜버렸습니다. “죽음아, 네 승리는 어디 갔느냐? 죽음아, 네 독침은 어디 있느냐?”” (고린토Ⅰ 15:54-55)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죽음으로 “죽음을 물리치셨고” 당신의 부활로 인류를 멸망에서 해방시키셨으며, “온 세상에 불멸의 생명과 구원의 은총을 베푸셨”습니다. (토요일 만과, 4조 스티히라)
첫 피조물들의 타락 이후 생겨난 질병과 죽음은 마치 ‘독성이 있는’ 바이러스처럼 삽시간에 온 인류에게 퍼졌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오신 것은, “가난한 이들의 오두막이든, 왕들의 궁전이든 차별없이 똑같이 파괴”시키고 모든 이들에게 두려움과 공포를 주는 이 질병과 죽음을, 당신의 십자가 희생과 영광스러운 부활로 종식시키시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리스도께서는 그 뿌리인 죄를 쳐내심으로써 이를 종식시키셨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의 한 가지 특징은 하느님에 대한 믿음에서부터 많이 멀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무신론자라 하거나 종교가 없다고 하고, 안타깝게도 공개적으로 하느님을 공격하는 이들도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현상의 원인은 오늘날의 사람들이 다른 어떤 시대의 사람들보다 더, 스스로가 ‘전능하다’고 믿는 데 있습니다. 현대 과학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단지 버튼 몇 개만 누름으로써 많은 것을 쉽게 해낼 수 있기에, 가히 자신이 ‘전능하다’고 믿게 되었고, 하느님의 존재와 도움은 불필요한 것이라고 여기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육안으로는 볼 수도 없는 바이러스가 나타나, 우리 인간들이 전능한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아주 나약한 존재임을 상기시킵니다. 바이러스 하나가 불과 며칠 만에 전 세계적 차원에서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경제적 상황들을 모두 뒤집어놓았고, 앞으로는 아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 이전 시대, 이후 시대’라고 구분지어 말하게 될지도 모르는 사정에까지 이르게 했습니다.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생각해주시며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보살펴 주십니까?”(시편 8:4)라고, 시편 작가가 하느님의 전지전능하심과 인간의 나약함에 대해 숙고하며 의문을 갖는 것도 타당해 보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천사들 다음가는 자리에 앉히도록” 창조되었고 “하느님께서 존귀와 영광의 관을 씌워주셨”(시편 8:5 참조)기에, 자신의 약함과 유한성을 뛰어넘어, 창조주께서 만드신 대로 다시 강하고 불멸하는 존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사람이 회개하는 마음과 신뢰를 가지고, 자신의 삶을 하느님의 손에 맡길 때에 가능해집니다.
그리스도의 부활 이후, 여전히 죽음을 맞지만, 우리는 죽음을 초월하여 불멸을 향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인간적으로는 연약할지라도, “믿는 사람에게는 안 되는 일이 없”기에 (마르코 9:23) 동시에 강합니다. 우리는 무력한 존재일지라도, 그리스도 안에서 “강하고, … 악마를 이겨냈”습니다. (요한Ⅰ 2:14 참조) 우리는 지상에서 살아가지만, 하늘나라의 시민이 될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만군의 주님”이십니다. 악마가 온갖 수를 써서 우리의 믿음을 흔들어 놓으려 할 때, 우리는 단단한 확신을 가지고 다음과 같이 노래합시다. “만군의 주님이시여, 우리와 함께 하소서. 고난의 시대에 우리를 도우실 자 주님뿐. 만군의 주님이시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또한 우리 교회에서 드리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기도를 계속 되풀이하면서,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신 분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선언합시다. “… 주는 우리 하느님이시며 주 외에 다른 이를 우리가 알지 못하나이다. 우리가 부르는 것 또한 주의 이름이로소이다. 믿는 이들이여, 모두 와 그리스도의 거룩한 부활을 흠숭할지어다. 그로 말미암아 십자가가 온 세상에 기쁨을 가져왔도다. 언제나 주를 찬미하고 주의 부활을 찬송할지어다. …”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피시디아의 소티리오스 대주교님과 모든 성직자들, 그리고 주님 안에서 협력하는 모든 이들의 부활 인사와 사랑의 안부를 전합니다. 분명 질병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고통스럽고, 우리 영혼을 지치게 합니다. 그러나 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 마음속에 있는 이 두려움을 거두실 거라는 믿음을 가집시다. “하느님께서 우리 편이 되셨으니 누가 감히 우리와 맞서겠습니까?” (로마 8:31)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습니다!
부활하신 주님 안에서 한없는 사랑과 존경의 마음으로,
† 암브로시오스 조성암 한국의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