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안에서의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구속(救贖)! 영원의 무게를 가진 이 단어를 통해 우리는 성탄축일의 위대하고 감동적인 의미를 되새길 수 있습니다. 이 희망적인 단어는 항상 우리의 감사를 불러일으킵니다. 왜냐하면 이 땅의 모든 사람이 알든 모르든 구속을 갈망하고 간청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피조물인 우리의 첫 선조들은 타락하여 낙원에서 추방된 후, 줄곧 구속을 갈망해 왔습니다. 다시 말해 낙원에서 누렸던 처음의 행복으로 다시 돌아가길 갈망했습니다. 그 때부터 그리스도의 탄생 전까지, 인류는 수많은 종교와 철학적인 가르침에서 구속을 찾으려고 헛되이 노력했습니다. 그리스도의 탄생 후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은 술, 마약, 부, 세속적이고 육체적인 쾌락과 같은 헛된 것에서 구원을 찾으려고 애씁니다. 하지만 진정한 구속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외아들의 탄생을 통해 이 선물을 인류에게 보내셨습니다. 성탄절 영성체송은 이렇게 찬양합니다. “속전을 내어 당신 백성을 구해 내셨다”(시편111:9)고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내 영혼아, 저주로부터 나를 해방시켜주신 분을 선양할지어다.”라고 찬양합니다. 이렇게 세상의 구속자를 우리에게 낳아주신 성모님을 선양하는 것 또한 지극히 “합당하고 당연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인류에게 주신 구속은 이론이나 추상적인 이념이 아닙니다.
반대로, 그것은 구체적으로 사람의 일상적인 삶에 영향을 미치고 진정한 기쁨과 내적 평화의 확실한 결과를 가져다줍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첫 번째로는 모든 잘못의 근원인 죄로부터, 두 번째로는 사람을 해하는 악마로부터, 세 번째로는 영원한 죽음으로부터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두려움, 절망과 자멸로부터 우리들을 구속시켜주시기 위해 사람이 되셨습니다.
개인의 구속은 사회적 구속의 결과로 이어집니다. 만약 어떤 사회가 그리스도로 인해 구속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면, 전쟁, 폭력, 테러, 인간과 피조물에 대한 범죄, 모든 종류의 비인간적 행동은 없어질 것입니다.
모든 성인이 지상에서의 온 생애를 투쟁했던 것처럼, 오늘날의 세상에는 그리스도로 인해 구속되길 원하는 사람들의 투쟁과 노력이 어느 때보다 더욱 절실합니다.
만약 그리스도로 인한 우리 각자의 구속이 우리의 일상생활의 주된 관심사가 된다면, 우리의 구속자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은 일 년에 하루 경축되고 우리의 일상적 삶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그런 축일로 머물지 않고, 개인과 사회의 구원에 있어서 흔들리지 않는 기초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구속의 의미를 경험하고 그것을 우리 이웃에게 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존경하는 피시디아의 소티리오스 대주교와 성직자들과 수도자들과 주 안에 있는 우리의 모든 협력자와 함께, 여러분의 마음속에 항상 계시는 구속주 그리스도의 은총이 함께 하는 복된 성탄절이 되길 기원합니다.
육신을 취하신 그리스도의 큰 사랑에 영광 돌리며,
✝암브로시오스 한국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