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총대주교 2023년 부활절 메시지

새 로마-콘스탄티노플의 대주교이자 세계 총대주교인 하느님의 종 바르톨로메오스는 영광 속에서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은총과 평화, 자비가 온 교회에 임하길 기원합니다.

지극히 존경하는 형제 주교들과 축복받은 자녀 여러분,

하느님의 은총으로, 죽음의 권세를 물리치시고 온 인류에게 낙원의 문을 열어 모든 이를 구원하시는 주님의 부활에 도달한 우리는, 세상에 기쁨을 주는 인사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습니다!”를 외치면서, 여러분 모두에게 부활절 인사와 진심 어린 기원을 전합니다.

교회의 삶은 모든 측면에서, 형언할 수 없는 부활의 기쁨으로 활력을 얻습니다. ‘부활의 경험’은 우리 신앙의 성인들과 순교자들의 투쟁, 전례 생활과 성사 생활, ‘땅 끝까지’ 복음을 선포하는 것, 신자들의 경건함과 영성, 신자들의 희생적인 사랑과 그리스도인다운 행동, “죽음이 없고 슬픔도 울부짖음도 고통도 없을”(묵시록 11,4) 세상에 대한 기대들로 증언됩니다.  

부활 안에서 그리고 부활을 통해서, 모든 것은 하느님 나라에서 온전함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 종말론적 추진력은 항상 사회속에 살고 있는 정교회 신자들에게 역동성과 전망을 제공해왔습니다. 그 반대편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그 삶의 종말론적 지향의 결과로, 세상의 모든 형태의 악의 존재에 결코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고통과 죽음의 현실을 부정하지도 않았습니다. 인간사의 모호함을 무시하지도 않았고, 더 정의로운 세상을 위한 투쟁이 교회의 사명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반면에 교회는 고통과 십자가가 궁극적인 실재가 아님을 항상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의 경험적 정수는 우리가 십자가라는 ‘좁은 문’을 통해 부활에 이르게 된다는 확신입니다. 이러한 믿음은 교회 생활의 핵심인 성찬례가 본질적으로 그리스도의 부활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 나타나 있습니다. 영원히 기억될 故 요한 페르가몬의 대주교님이 강조하듯, 정교회 전통에서 성찬례는 “기쁨과 빛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왜냐하면 “성찬례는 십자가나 이상화된 수난에 근거하지 않고, 십자가 수난의 초월인 부활에 근거하기 때문입니다.”(‘종말론과 역사’, 1권, “교회학 연구”, 아테네 2016, 498쪽) 성찬례는 우리를 골고다로 데려가서 우리가 그곳에 머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를 통해 우리를 하느님 나라의 영원히 빛나는 영광으로 인도해줍니다. 정교 신앙은 ‘십자가 없는’ 유토피아적 구원에 대한 초월이며, ‘부활 없는’ 십자가의 존재론적 비극에 대한 초월입니다.

우리가 교회의 성사 안에서 그리스도의 부활에 참여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편안한 길’이라는 모든 유토피아와, 어려움 없이 행복을 얻을 것이라는 거짓된 말들을 실질적으로 폐지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극복할 수 없는 부정성에 절망적으로 예속되는 것을 초월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부활, ‘끝없는 기쁨’, ‘영원한 영광의 기쁨’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십자가와 우리 구세주의 부활을 통한 죽음의 소멸은 우리의 삶을 신인(神人)적인 본질과 천상의 목적지로 들어 올립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현재의 삶이 우리 삶의 전부가 아니며, 생물학적 죽음이 우리 존재의 끝이나 소멸이 아니라는 것을 알며 경험하고 있습니다. 삶의 생물학적 한계는 삶의 진실을 정의하지 않습니다. 결국, 삶이 피할 수 없는 ‘죽음을 향한 여정’이라는 느낌은 실존적으로 막다른 골목, 절망과 허무주의, 삶의 본질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끕니다. 과학, 경제적 발전 및 사회적 발전은 실질적인 해결책이나 탈출구를 제공해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은 “희망을 가진 사람들”(데살로니카 전 4,13 참조)이며, 다가오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나라를 최종적 실재로서, 생명과 지식의 충만함으로서, 기쁨의 성취로서 기대합니다. 이 희망은 우리 다음 세대의 인류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태초부터 종말까지의 모든 인류에게 해당됩니다.

오늘날 우리는, 초월자이신 하느님을 거부하는 문명 안에서, 또 인간 존재의 영적 정체성이 다양하게 축소되는 문화 속에서, 역사와 영원에 대한 이러한 관점, 정교 신앙과 윤리와 문화의 부활적인 특성, 위대한 진리의 기적은 오직 ‘믿음으로써 신비를 경배하는 사람들에게만’ 계시된다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을 증언하도록 초대받습니다.  

우리는 시편과 성가와 영적 찬미가로,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시어 모든 이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비추시는 주님을 찬양하며, ‘모든 이들에게 해당하는 공통의 잔치’에 기쁨으로 참여합니다. 또한, 전능하시고 지혜로우시고 자비로우신 만물의 창조주이시며 구속주이신 분께, 세상에 평화를 주시고 당신의 모든 구원의 선물을 인류에게 허락하시어, 당신의 존귀하고 위대한 이름이 이제와 항상 또 영원히 찬미되고 축복되기를 간청합니다. 아멘!

 

2023년 거룩한 부활절에

부활하신 주님께 여러분 모두를 위해 열렬히 간청하는

† 바르톨로메오스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