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도 안에서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의 은총과 형언할 수 없는 사랑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2026년 새해가, 인류의 역사에 또 하나의 숫자가 더해지거나 우리 각자의 나이에 한 살이 보태지는 데에 그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오히려 이 해가 우리 영혼의 가장 대담한 꿈, 곧 거룩함에 대한 갈망을 삶 속에서 실현해 나가는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것이야말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가장 높고도 위대한 부르심입니다.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하게 되어라.”(1베드로 1,16; 레위기 11,44)
거룩함은 이론이 아닙니다. 그것은 땀과 피로 빚어지는 매일의 실천입니다. 거룩함은 영적 투쟁이며, “애써 노력하는 사람들이 차지하는 것”(마태오 11,12 참조)입니다. 일상의 작은 선택들이 쌓여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이 마침내 우리 안에서 하느님의 본성처럼 자리 잡게 되는 것입니다. 크론스타트의 요한 성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거룩함은 기적을 행하는 것이 아닙니다. 거룩함이란 당신의 마음에 사랑이 가득하여, 당신 곁에 오는 모든 사람이 그리스도를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거룩함에 대한 갈망과 목표는, 결코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고 여기는 ‘완벽하고’, ‘죄 없는’ 사람들의 모습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것은 죄인들의 거룩함, 곧 넘어지더라도 회개를 통해 다시 일어서고, 눈물 속에서도 용서하며, 자신에게 악을 행한 이로 인해 고통받으면서도 끝내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과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그러므로 2026년에는 그리스도를 더욱 깊이 사랑하고 날마다 그분을 닮아가기 위해 영적으로 투쟁하며 노력하는 일을 우리의 유일한 목표로 삼읍시다.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하느님의 섭리에 담긴 모든 신비의 목적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곧 우리를 회복시키고, ‘하느님의 형상’에서 ‘하느님을 닮은 모습’으로 나아가도록 이끄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창조될 때 하느님의 형상대로 지어졌고, 이 선물을 받은 존재들입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본질로 지니신 것을 은총을 통해 나누어 받았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궁극적인 목적지는 하느님을 닮아가는 것, 곧 신화(神化)입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길은 오직 하나뿐입니다. 바로 신성한 사랑, 곧 하느님에 대한 사랑을 통해서입니다. 교회는 우리 각자에게 영혼의 신랑이신 그리스도를 열정적으로 사랑하라고 초대합니다. 오직 그렇게 할 때에만 신자는 그리스도와 하나 되고, 그분을 닮아갈 수 있습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면 자연스럽게 그 사람을 닮고 싶어지듯이 말입니다. 그러면 거룩함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됩니다.
우리가 삶에서 그 무엇보다도 그리스도를 진심으로 사랑할 때, 우리는 이웃을 “자기 자신처럼”(마태오 22,39 참조) 사랑하는 일이 훨씬 쉬워질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를 저주하는 이들까지도 축복할 수 있게 되고, 이웃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우리의 자리와 시간, 마음을 기꺼이 내어놓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참된 사랑을 갈망하는 이 세상 안에서, 우리의 사랑을 통해 ‘작은 그리스도들’이 될 것입니다.
거룩함을 매일의 관심사로 삼읍시다. 이 결심은 다음과 같은 개인적인 선택으로 드러납니다.
“오늘 나는 더 인내하겠습니다.
오늘 나는 그 누구도 판단하지 않겠습니다.
오늘 나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한 이에게 먼저 그 말을 건네겠습니다.
오늘 나는 내 원수를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오늘 나는 나를 부당하게 대한 이를 용서하겠습니다.
오늘 나는 먼저 미소 짓겠습니다.”
우리를 거룩하게 하시기 위해 사람이 되신 주님께서 새해의 매 순간마다 우리를 당신 곁에 붙들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거룩함의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갑시다. 이것만이 참으로 가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교회 안에서 날마다 하느님께 이렇게 간구합니다. “우리의 앞으로의 생활을 회개하는 가운데 평화롭게 지내게 하소서.”
바르톨로메오스 세계 총대주교님께서, 우리가 거룩함을 갈망하며 새해를 살아가도록 아버지로서의 축복과 기도를 보내십니다.
저 또한 한국 정교회 대교구와 일본 엑사르히아의 모든 성직자와 협력자들을 대표하여 같은 마음으로 기원합니다. 우리 모두가 성인(聖人)의 길을 걸어가기를 바랍니다. 행복하고 축복 가득한 한 해 되십시오!
주님 안에서 한없는 사랑과 존경의 마음으로,
✝암브로시오스 조성암 한국의 대주교이자 일본의 엑사르호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