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서번호. 977
총대주교 성탄절 메시지
새 로마–콘스탄티노플의 대주교이자 세계 총대주교 바르톨로메오스는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신
구세주 그리스도의 은총과 자비와 평화가 온 교회에 임하길 기원합니다.
존경하는 형제 주교님들과 주님 안에서 축복받은 자녀 여러분,
우리는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말씀께서 육신을 입고 탄생하신 위대한 축일을 다시 경축하기에 합당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인류의 구세주이시며 모든 피조물을 부패에서 구원하시는 그리스도의 ‘말로 다할 수 없고 헤아릴 수 없는 겸손’을 찬양합니다. 그리고 천사들과 함께 외칩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평화, 사람들 가운데는 사랑이 있을지어다.”(루가 2,14 참조)
그리스도께서는 ‘임마누엘’(마태오 1,23), 곧 ‘우리와 함께 계신 하느님’으로 자신을 드러내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를 위하시는 하느님’으로, 우리 각 사람 곁에 계시는 하느님으로, 더 나아가 우리 자신보다도 더 가까운 분으로 나타나셨습니다(카바실라스, 그리스도 안의 삶, 6, PG 150, 660). 하느님 아버지와 동일본질이신 태초부터 계시는 하느님의 말씀께서는, 니케아 제1차 세계 공의회가 선언한 신앙 고백대로 – 그 공의회 소집 1700주년이 올 한해 동안 그리스도교 세계에서 합당하게 기념되었듯이 –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녀 마리아로부터 사람이 되셨습니다. 이는 당신이 창조하신 인간의 모습이 되심으로써, 인간이 은총을 통해 하느님이 되게 하시려는 뜻이었습니다.
성탄 찬양송은 그리스도의 탄생이 “세상에 참된 지식의 빛을 비추었다”고 선포합니다. 이 빛은 삶과 역사 전체에 담긴 초월적이고 보편적인 의미를 드러내며, 오직 그리스도교 신앙만이 인간 이성의 가장 깊은 물음과 마음속 갈증을 온전히 채울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다시 말해, “구원은 그리스도 외에는 다른 누구에게서도 찾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사도행전 4,12). 그 이후로, 사람을 교만하게 만드는 지식은(1고린토 8,1 참조) “너희는 진리를 알게 될 것이며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요한 8,32)이라는 주님의 말씀에 비추어 평가받게 되었습니다.
이성을 초월하는 성육신 사건은, 구세주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오심을 사랑하는 신자들의 삶 속에서 영적으로 체험되며 반복됩니다. 성 막시모스 고백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육신으로 한 번 태어나셨지만, 사람들을 향한 사랑으로 인해, 그분을 원하는 이들 안에서 영적으로 언제나 태어나신다.”(막시모스 고백자, 신학과 신적 섭리에 관한 여러 글, 10, 8, PG 90,1181)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성탄절, 곧 하느님의 성육신과 은총에 따른 인간의 신화(神化)를 기념하는 이 축일은 우리를 과거의 한 사건으로 되돌려 놓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올 도성’(히브리 13,14), 곧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영원한 나라로 향하도록 이끌어 줍니다
전쟁과 무기의 굉음이 세상을 뒤덮는 가운데서도, 천사들의 외침인 “땅에는 평화”가 울려 퍼집니다. 주님의 음성은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을 복되다 하시고, 그분의 거룩한 교회는 성찬예배 때 ‘위로부터 오는 평화를 위하여’, 그리고 ‘온 세상의 평화를 위하여’ 기도합니다. 살아 계신 하느님에 대한 참된 믿음은, 인간적으로는 극복할 수 없어 보이는 장애 앞에서도 평화와 정의를 위한 우리의 노력을 더욱 굳건하게 합니다. 이는 내년에 10주년을 맞이하게 될 <정교회 성 대 공의회>의 메시지에서도 깊은 감동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종교적 삶의 기름은 상처를 치유하는 데 사용되어야 하며, 전쟁과 무력 충돌의 불길을 다시 지피는 데 쓰여서는 안 된다.”(정교 그리스도인들과 선한 의지를 가진 모든 사람에게 보내는 정교회 성 대 공의회 메시지, 4)
평화의 복음은 무엇보다도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직접적으로 해당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교가 분열된 현실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그러한 태도가 근본주의와 결합되어, 분열을 넘어 일치를 이루려는 목적을 지닌 그리스도인 간 대화를 노골적으로 거부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리스도인 일치를 위한 노력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 에큐메니칼 운동 선구자들이 지녔던 비전과 그들의 수고를 정당화하고 그 노력을 계속 이어갈 책임은 젊은 세대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께 속해 있습니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에페소 2,14)이시며 우리 삶에서 ‘충만한 기쁨’이십니다. 또 그리스도는, “진리가 이르렀고 어둠이 지나갔다”는 확신, 사랑이 미움보다 강하고 생명이 죽음보다 강하며 악이 이 세상 삶에서 결코 마지막 말을 차지하지 못한다는 확신에서 우러나오는 ‘축복’이십니다. 세상은 “어제나 오늘이나 또 영원히 변하지 않으시는”(히브리 13,8) 그리스도께서 인도하십니다.
이러한 믿음은 우리가 성탄절과 교회의 다른 축일들을 기념하는 방식에서 빛나고 드러나야 합니다. 신자들은 기쁘게 경축하는 모습을 통해,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이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음을 증언해야 합니다. 그것은 은총과 영적인 기쁨의 시간으로서, ‘복음과 동의어인’, 형언할 수 없는 ‘큰 기쁨’(루가 2,10 참조)을 경험하는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존경하는 형제들과 사랑하는 자녀 여러분,
2026년에 세계 총대주교청은, 626년 8월 7일, 콘스탄티노플을 적의 공격에서 지켜주신 성모님께 대한 감사로 블라헤르나 성모님 성당에서 거행된 철야 예배 때 ‘성모 기립찬양’을 서서 봉헌한 사건의 1400주년을 기념할 것입니다. 이 역사적인 기념일을 맞아, 2026년도 세계 총대주교청 연감(예배 지침과 세계 정교회 현황을 담은 책)은 우리의 전통과 정체성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이 사건을 기념하는 데 헌정됩니다. 이 전통과 정체성은 모든 정교인들의 수호자이자 보호자이시며, 항상 복되시고 지극히 순결하신 하느님의 어머니께 드리는 영예와 불가분하게 그리고 깊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마음으로, 아기 예수님을 안고 계신 성모님 앞에 무릎을 꿇고, 우리 인간의 모습을 취하신 하느님의 말씀께 경배드리며, 여러분 모두가 ‘성탄절부터 신현 축일에 이르는 거룩한 12일’을 복되게 보내시기를 기원합니다. 또한 새해가 선한 행실의 열매로 풍성하고 주님의 은총으로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모든 영광과 존귀와 경배가 이제와 항상 또 영원히 주님께 있으리이다. 아멘!
2025년 성탄절에
여러분 모두를 위해 하느님께 열렬히 간청하는
+ 바르톨로메오스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
